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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없이도 빵이 달다고?” 손상전분

by johnsday5 2025.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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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없이도 빵이 달다고?” 손상전분

한동안 ‘빵=혈당 급등’이라는 등식이 너무 굳어졌습니다. 그러나 특정 물질을 첨가하지 않고, 밀가루 자체의 구조를 컨트롤하여 효모가 먹을 **‘먹이’**를 만들어 주고, 동시에 **잔존당(반죽에 남는 당)**을 줄이면 어떨까요? 이 실험적인 질문을 수년간 파고든 이가 있습니다. 파티시에이자 연구자, 그리고 초기 당대사를 직접 관리 중인 임태언 셰프. 그는 “밀가루 속 전분을 다루는 방식”만으로도 단맛의 체감, 빵의 부풀음, 혈당 반응에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다층적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손상전분

 

 


🔹 화상 환자에서 기능장까지: “포기가 용기가 된 순간”

임태언 셰프의 서사는 ‘기술’ 이전에 ‘태도’를 보여줍니다. 유년기 중증 화상으로 삶 전반을 포기하는 데 익숙했지만, 성인이 되어 주방 설거지부터 시작해 제과 기능장에 이르기까지, ‘하루만 더 버텨보자’는 절박한 반복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습니다. 현장에서 익힌 감각에 멈추지 않고, 발효·미생물·전분 과학 서적을 파고들며 학계와도 연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만난 서울대 교수(현재 고문)는 “설탕 없이도 발효가 되는 길”을 모색하자고 조언했고, 임 셰프는 그 힌트를 밀가루 내부에서 찾았습니다.
요지는 간단합니다. “설탕을 안 넣으면 효모는 무엇을 먹고 빵을 부풀릴까?” 전통 바게트가 설탕 없이도 부풀 수 있는 이유, 바로 **밀가루에 존재하는 ‘손상전분’**과 자체 효소(α·β-아밀레이스) 덕분입니다. 임 셰프는 이 미량의 자연 현상제어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고, 그 결과물이 제로브레드(Zero Bread) 라인입니다.


🔹 손상전분이 뭐길래?—밀가루 속 ‘수표가 현금 되는’ 순간

전분을 비유로 설명해볼까요?

  • 포도당(혈당): 현금. 바로 쓰입니다.
  • 전분(다당류): 수표. 효소가 잘게 쪼개야 **현금(포도당)**이 됩니다.

일반 제분 과정에서도 밀가루 일부는 기계적 충격으로 손상전분이 됩니다(통상 수 %대). 이 손상전분은 효소의 접근성이 높아 발효 초기에 **포도당으로 변환되기 쉬운 ‘먹잇감’**이 됩니다. 그래서 바게트처럼 설탕이 없는 레시피도 어느 수준까지는 발효가 진행됩니다. 다만 그 양이 적어 식감·부풀음·풍미에서 아쉬움이 생기죠.

임 셰프는 이 손상전분의 비율과 상태를 의도적으로 설계했습니다. 균형은 까다롭습니다.

  • 너무 약하면: 효모가 배고프다 → 부풀음·향 부족
  • 너무 강하면: 반죽 구조 붕괴 → 식감 실패
  • 밀 품종·재분 조건: 매회 민감하게 달라짐

**핵심은 ‘적정 손상’**입니다. 효모가 충분히 먹을 만큼의 포도당을 빠르게 확보하되, 글루텐 매트릭스는 무너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정밀 공정. 이 최적점을 찾아가는 데 5년이 걸렸고, 그 사이 수십·수백 차례의 실패가 있었습니다.


🔹 설탕 없이 ‘달달하게 느껴지는’ 이유: 혀·코·텍스처의 삼중 공략

“설탕이 0인데 왜 달지?” 많은 시식자들이 놀란 지점입니다. 여길 감각과학 관점에서 해부해 봅니다.

  1. 환원당의 순간 생성
    손상전분이 효소로 부분 분해되는 초기 구간에는 **환원당(예: 포도당)**이 소량 존재합니다. 이것이 효모의 먹이가 되면서도, 굽기 단계에서는 카라멜화/마이야르 반응을 촉진해 고소·구수한 풍미를 만듭니다. ‘단맛 체감’은 설탕의 직선적인 단맛과 다르지만, 풍미의 풍부함뇌의 ‘맛있다’ 판단을 견인합니다.
  2. 향의 착시(Flavor Illusion)
    빵의 향미 분자는 단맛 인지에 강력한 보조 수단입니다. 바삭한 크러스트 향·버터/곡물 노트가 결합되면 설탕을 덜 넣어도 ‘달다’고 착각합니다. 임 셰프의 공정은 이 향미 형성 창(window) 을 노리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3. 텍스처와 포만감
    ‘부드럽게 찢기는 결’은 설탕이 만든 점탄성만의 결과가 아닙니다. 손상전분의 목표값수분 보정, 글루텐 네트워크의 탄성이 맞아떨어지면, 설탕이 없어도 **‘빵 같은 빵’**이 됩니다. 텍스처가 충족되면 덜 달아도 만족감이 올라갑니다.

요약하면, 제로브레드는 **“단맛 자체를 키우는 빵”이 아니라 “단맛을 그렇게 ‘느끼게’ 만드는 빵”**입니다. 키포인트는 향·갈변·식감의 공동 연출입니다.


🔹 “혈당이 진짜로 덜 오르나요?”—작지만 확실한 차이의 누적 효과

임 셰프와 다수 시식자는 동일 조건에서의 혈당 곡선을 비교했을 때,

  • 피크치가 낮아지고,
  • 정점 도달 시간이 지연되며,
  • 하강도 빠르게 돌아오는 경향을 경험했다고 말합니다.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발효 과정에서 효모가 ‘먹어 치운’ 당만큼 잔존당이 줄어든다는 논리와 맞닿아 있습니다. 즉, 반죽 시작점 대비 **‘최종 제품에 남는 당’**이 감소하는 효과가 구조적으로 내장됩니다. 물론 전량 제거가 아닌 만큼, ‘현미 vs 백미’ 정도의 완만한 이득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식사는 하루 3번, 평생의 누적입니다. 혈당 피크가 10~20%만 감소해도 HbA1c·체중·식욕 조절에 장기적으로 유의미할 수 있습니다.

주의: 제로브레드는 의약품이 아니며, ‘무혈당’ 빵도 아닙니다. 다만 동일 칼로리·동일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곡선을 그리도록 설계된 식사용 빵입니다. 개인의 인슐린 분비능·위배출 속도·동반 질환 등에 따라 반응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통밀 섞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통곡과 손상전분은 다른 축

많은 분들이 묻습니다. “통밀/호밀만 늘려도 발효가 잘 되고 혈당이 덜 오르지 않나?” 통곡은 식이섬유·폴리페놀을 제공하고 GI에 유리하지만, 손상전분 공정효모가 초기에 사용할 ‘가용 탄수’의 관리라는 전혀 다른 축입니다. 실제 제품군에서도 통밀·호밀을 더한 제로브레드풍미만족감을 끌어올리되, 핵심 작동 원리는 밀가루(힘밀 기준)의 손상전분 설계에 있습니다.
정리하면, 통곡=장기 대사·포만감, 손상전분=발효·식감·잔존당 관리. 두 축은 대체가 아니라 상호보완입니다.


🔹 라인업과 사용성: “식빵이 가장 어렵다—그래서 먼저 깼다”

임 셰프는 “진짜 어려운 건 식빵”이라고 말합니다. 설탕이 없으면 식빵 특유의 결이 나오기 어렵고, 발효도 쉽게 꺼집니다. 그럼에도 플레인, 통곡혼합(7곡), 호밀식사용 식빵부터 먼저 안정화를 시도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람들이 가장 자주, 가장 많이 먹는 빵이기 때문입니다. 이후 크루아상·팽오쇼콜라(초코빵) 등 ‘디저트형’ 제품군까지 대체당 없이 질감을 복원하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출시 일정은 제조사 공지 참고).

사용 팁

  • 식사용: 샌드위치/식후빵(거꾸로 식사법)으로 구성하면 혈당 곡선이 더 부드럽습니다.
  • 간식용: 잼·시럽 대신 올리브오일·머스터드·허브로 풍미를 끌어올리세요.
  • 정량: 일반 식빵과 동일하게 조각 수 기준으로 관리(예: 1장 ≈ 100kcal, 2장은 밥 2/3공기 절감과 호환).
  • 라벨링: ‘무첨가’ ‘제로’ 수식어는 정책/표기 기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으니, **당류(g)·식이섬유(g)·지방(특히 트랜스 0)**를 함께 확인하세요.

🔹 집에서 흉내 낼 수 있을까?—이론상 가능, 실전은 ‘미세 조정’ 싸움

홈베이킹으로 손상전분을 의도적으로 늘리는 방법(예: 곱게 재분·볼밀·믹서 분쇄 등)은 이론적으로 가능합니다. 하지만 과유불급입니다. 전분을 과도하게 파쇄하면 반죽 보수력·신장성이 무너져 케이크 같은 조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밀 품종·단백질 함량·수분율이 다르면 매번 결과가 달라집니다.
따라서 가정에서는 통밀가루·귀리가루·밀기울 5~10% 소량 블렌딩, 수화(오토리즈) 시간 조정, 1·2차 발효의 온습도 안정화 같은 안전한 변수부터 시도하는 편이 좋습니다. ‘설탕 0’에 집착하기보다 최소화공정 제어의 균형이 우선입니다.


🔹 식품공학 포인트 5가지: ‘왜’가 분명해야 ‘어떻게’가 보인다

  1. 효모 대사 창 설계: 발효 초기 가용당 공급을 미세 조정해 부풀음·향·색을 확보.
  2. 글루텐 네트워크 유지: 손상전분이 늘어도 단백질 매트릭스가 지탱하도록 믹싱 프로파일수분활성을 동시 제어.
  3. 잔존당 저감: 효모가 먹을 만큼 먹게 하고, 제품 완성 시 남는 당을 상대적으로 줄여 혈당 피크 리스크를 낮춤.
  4. 향·갈변 극대화: 설탕 없이도 후각·시각이 감지하는 ‘맛있음’ 신호를 최대화.
  5. 지속 가능성: 당뇨 당사자·혈당 민감자도 **‘매일 먹을 수 있는 맛’**을 구현(식감이 나빠지면 전략은 무너진다).

🔹 자주 묻는 질문(FAQ)

Q1. 제로브레드는 당뇨 환자를 위한 ‘특수식’인가요?
A. 의료용 특수식이 아니며, 일반 식사용 빵입니다. 다만 공정 설계로 잔존당을 상대적으로 낮추고, 혈당 피크를 완만하게 하려는 의도를 가진 저부하 전략 제품에 가깝습니다. 복용 중인 약·개인 대사 상태에 따라 체감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Q2. 통밀/호밀을 많이 넣으면 같은 효과인가요?
A. 아니요(부분만 겹칩니다). 통곡은 식이섬유·GI 저감에 유리하고, 손상전분 설계는 발효·식감·잔존당을 다룹니다. 함께 쓰면 상호보완이 됩니다.

Q3. 설탕·대체당 완전 0%인가요?
A. 제품·레시피마다 정책상 표기 기준이 다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총 당류(g)’와 ‘1회 섭취량’, 그리고 혈당 반응입니다. 라벨에서 당류/식이섬유/지방을 같이 보세요.

Q4. 정말 ‘달게’ 느껴지나요?
A. 네. 향·갈변·텍스처의 삼중 효과로 설탕 대비 만족감을 보완합니다. ‘꿀처럼 직선적인 단맛’과는 성격이 다르며, 빵답게 맛있는 방향입니다.

Q5. 식단에서 어떻게 배치하죠?
A. 샌드위치(단백질·채소 동반) 또는 식후빵(거꾸로 식사법)을 권장합니다. 조각 수 정량을 지키고, 같은 날 다른 탄수화물(밥·면)을 그만큼 감액하세요.


🔹 실천 로드맵(14일): “데이터로 나에게 맞추기”

  • 1~3일차: 아침 2장(샌드위치), 점심/저녁은 밥으로. 식후 1시간·2시간 혈당 기록.
  • 4~7일차: 점심을 제로브레드 2~3장으로 대체. 단백질 25~35g, 샐러드·올리브오일 동반.
  • 8~10일차: 저녁을 식후빵으로 전환(메인 → 빵 순). 야식·간식성 빵 단독 섭취 금지.
  • 11~14일차: 주 1회 원하는 디저트형 빵을 소량 허용(대체당 X/저당 소스), 그날 밥·면 감액.

매일 체크: 조각 수, 동반 단백질/채소, 소스(올리브오일/머스터드/발사믹), 혈당 곡선.


🔹 제로브레드가 여는 다음 장: 국수·라면·초콜릿·스낵으로 확장

손상전분 설계는 빵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면류(라면·파스타), 과자·스낵, 충전물(초콜릿/크림) 대체 설계로 확장 가능성이 큽니다. 포인트는 같습니다.

  • 가용당의 ‘타이밍’과 ‘총량’ 관리
  • 식감·향미의 ‘만족 경로’ 구현
  • 표준화 가능한 공정과 원료 매칭

“드라마틱한 0→100의 변화” 대신, 10~20%의 차이를 안정적으로, 일상적으로 가져다주는 기술. 결국 지속성이 건강을 만듭니다.


🔹 에디터 메모: 빵을 ‘포기’가 아닌 ‘설계’의 문제로

이 글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빵을 끊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떤 빵을, 어떤 공정으로, 어떤 방식으로 먹느냐의 문제라는 점. 제로브레드는 밀가루 자체를 다루는 과학을 통해 “빵답게 맛있고, 상대적으로 덜 오르는” 지점을 찾고 있습니다. 완벽한 면제부가 아니라, 더 나은 선택지입니다. 식탁은 흑백이 아니라 스펙트럼이며, 기술은 그 사이의 미세한 색조를 풍부하게 해 줍니다.

오늘 저녁, 샌드위치 한 끼를 식사로—단백질·채소와 함께—조각 수를 지키며 먹어 보세요. 혈당 그래프의 곡선포만감의 감각이 달라질 겁니다. 그 작은 차이들이 쌓여, 내일의 수치와 다음 달의 수치를 바꿉니다. 그리고 언젠가, ‘빵은 나에게 금기’라는 문장이 **‘빵은 내가 설계한다’**로 바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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