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술도 안 마시는데 왜 지방간이죠?”
많은 사람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술을 많이 마셔야 간이 나빠지지,
난 거의 안 마시니까 간은 괜찮을 거야.”

그런데 막상 건강검진 결과를 열어보면,
AST·ALT 옆에 동그라미,
초음파 결과에는 “지방간 의심” 이라고 적혀 있죠.
이게 바로 비알코올성 지방간(NAFLD) 입니다.
말 그대로,
- 술 때문에 망가진 간이 아니라
- 생활습관·체지방·혈당·혈압·지질 이상이 쌓여서 생긴 지방간이에요.
참고로, 이 글은 아래 영상 내용을 바탕으로
표현과 구성을 완전히 새로 정리해서 만든 원고입니다.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e3I4epUVuRI)
2. 비알코올성 지방간 vs 알코올성 지방간, 뭐가 달라?
둘 다 “간에 지방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낀 상태” 라는 점은 같습니다.
다만 기준이 이렇게 달라요.
🔹 알코올성 지방간
- 술을 꽤 자주, 꽤 많이 마시는 경우
- 대략 여성: 하루 알코올 20g 이상 / 남성: 40g 이상 지속 섭취
- 소주로 치면
- 여성: 하루 1병 / 일주일 1병 이상
- 남성: 하루 2병 / 일주일 2~3병 정도가 기준선
- 소주로 치면
이 정도를 넘기면 술이 간 손상의 주범이 됩니다.
🔹 비알코올성 지방간
- 술은 거의 안 마시는데 지방간이 있는 경우
- 한 달에 맥주 한두 잔,
가끔 모임에서 소주 한두 잔 정도 수준
- 한 달에 맥주 한두 잔,
- 대신 이런 것들이 문제:
- 복부비만
- 고지혈증
- 혈압이 높은 편
- 공복 혈당·당화혈색소가 경계 혹은 당뇨 수준
- 운동 부족, 야식, 단 음식·기름진 음식 위주의 식사
즉,
“술이 아니라 생활습관과 대사 상태 때문에 생긴 지방간”
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3. “단순 지방간이라 괜찮다”는 말, 믿어도 될까?
건강검진에서 흔히 이런 말을 듣습니다.
“간 수치가 조금 올라가 있고, 초음파에 지방간이 보이네요.
지금은 ‘단순 지방간’ 단계라 심각하진 않습니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그럼 아직은 괜찮구나” 하고 넘겨버립니다.
문제는 이 다음입니다.
-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는 사람은
- 간경화 위험: 일반인보다 5배 이상 증가
- 간암 위험: 3배 이상 증가
- 단순 지방간으로 시작해도
- 25% 정도는 시간이 지나 ‘지방간염(NASH)’ 으로 진행
- 그 중 약 25%는 간경화 로
- 그 중 약 10% 전후는 간암 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즉,
“단순 지방간 → 지방간염 → 간경화 → 간암”
으로 이어지는 긴 레일에 이미 탑승한 상태일 수 있다는 거죠.
지방간을 그냥 “살 조금 찐 정도”로 취급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4.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진짜 정체: ‘대사증후군의 간 버전’
비알콜성 지방간은
대사증후군(메타볼릭 신드롬) 과 거의 붙어 다닙니다.
대사증후군에 포함되는 것들:
- 복부비만 (허리둘레 증가)
- 고혈압
- 공복혈당 상승, 당뇨
- 중성지방 증가, HDL 콜레스테롤 감소
- 인슐린 저항성
이 모든 게 한 몸처럼 움직이면서
심혈관질환·뇌졸중·자율신경 이상·콩팥 질환까지 위험을 올립니다.
그중에서도 “간에 나타난 얼굴” 이 바로
비알코올성 지방간
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 혈당·혈압·지질·체중·허리둘레가
엮여 돌아가며 간에 지방을 쌓이고 염증까지 일으키는 구조예요.
그래서 지방간 하나만 보고 끝낼 게 아니라,
“아, 내 몸 전체 대사가 이미 경고등이 켜졌구나”
라고 받아들이는 게 훨씬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5. 나는 지방간일까? 스스로 체크해 보는 위험 신호
정확한 진단은 혈액검사 + 간 초음파가 필요하지만,
아래 항목에 많이 해당될수록 지방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나이가 35세 이상
- 허리둘레가 점점 늘어나는 중
- 체질량지수(BMI)가 높거나,
정상이라도 배만 많이 나온 체형 - 혈압이 경계 또는 고혈압 진단을 받은 적 있음
- 공복 혈당·당화혈색소가 경계/당뇨 수준
- 중성지방·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편
- 운동은 거의 안 하고, 오래 앉아 있는 생활
- 빵·떡·라면·과자·달달한 음료를 자주 먹는 편
- 건강검진에서 이미 “지방간 의심”을 들은 적이 있음
여기에 AST/ALT 수치가 40~100 사이에서 애매하게 높고,
초음파에서 “간이 밝게(하얗게) 보인다”는 말을 들었다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6. 지방간도 단계가 있다
비알콜성 지방간은 크게 두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단순 지방간(NAFL)
- 지방이 간 세포 안에 많이 쌓여 있는 상태
- 아직 염증이나 세포 손상이 두드러지지 않은 단계
- 이 단계에서 관리만 잘 해도
간경화·간암까지 안 가고 멈출 수 있는 구간입니다.
2)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 지방 + 염증 + 간세포 손상이 함께 있는 상태
- 간 수치가 더 뚜렷하게 오르고, 혈액검사·조직검사에서 염증 소견
- 이 단계부터는 간경변·간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집니다.
특히 이런 분들은 지방간염으로 진행할 ‘고위험군’ 에 가깝습니다.
- 나이 50세 이상
- BMI 30 이상(고도비만)
- 고혈압, 당뇨 진단을 이미 받은 경우
- ALT 수치가 80 이상으로 높게 유지되는 경우
여기에 해당된다면,
“지금 그냥 지방간 정도래요”
라고 들었더라도 지금부터 확실히 관리해야 하는 단계입니다.
7. 비알콜성 지방간 치료에 ‘특효약’은 없다
많은 분들이 외래에서 이런 질문을 하곤 합니다.
“지방간 약 주세요.
간장약 먹으면 낫겠죠?”
현실은 이렇습니다.
- 지방간을 ‘직접 없애는’ 약은 현재까지 없습니다.
- 간장약, 영양제, 건강기능식품들은
대부분 보조적인 역할일 뿐,
생활습관을 그대로 둔 채로 약만 먹는다고 해결되진 않습니다.
지방간 치료의 1순위, 2순위, 3순위는 모두 결국 하나로 모입니다.
체중·내장지방·대사상태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것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 체중 조절 (특히 복부 지방)
- 식단 재구성
- 유산소 + 근력운동
- 혈당·혈압·지질 관리
이 네 가지 축을 같이 잡아야 합니다.
8. 체중을 얼마나 빼야 지방간이 좋아질까?
연구에서 많이 이야기하는 기준은 이렇습니다.
- 단순 지방간 단계라면
→ 현재 체중의 3~5% 감량만 해도
지방간이 상당히 좋아질 수 있습니다. - 이미 지방간염(NASH) 으로 진행된 상태라면
→ 현재 체중의 10% 이상 감량이
의미 있는 호전을 만드는 목표선으로 많이 이야기됩니다.
예를 들어,
- 몸무게 80kg인 사람이
단순 지방간이라면
→ 3~4kg만 줄여도 변화가 시작될 수 있고, - 지방간염 단계라면
→ 최소 8kg 이상은 감량해야
염증 수치·간수치가 뚜렷이 좋아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단서가 있습니다.
“빨리 많이” 빼는 다이어트는 오히려 간을 더 망가뜨릴 수 있다.
- 단기간에 굶어서 5~10kg를 확 빼면
- 체지방뿐 아니라 근육·수분이 먼저 빠지고
- 요요가 오기 쉽고
- 담석·요로결석·피로·면역 저하 문제도 같이 따라올 수 있습니다.
- 지방간이 있는 사람에게 이런 방식은
내장지방 비율을 더 높이고 ‘마른 비만’으로 만들 위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권장되는 속도는:
- 일주일에 0.5~1kg 이내,
- 한 달에 4kg를 넘기지 않는 수준
천천히, 꾸준히, 근육을 지키면서 빼는 것이 핵심입니다.
9. 지방간 식단의 방향: “덜 먹기”보다 “다르게 먹기”
비알코올성 지방간 식단은
사실 고혈압·당뇨·고지혈증 식단과 거의 비슷한 구조입니다.
핵심 키워드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① 탄수화물: 양을 줄이고, 종류를 바꾸기
- 흰 쌀밥, 흰 빵, 라면, 떡, 과자, 달달한 음료
→ 혈당·중성지방을 동시에 올리는 조합 - 가능하면 이런 패턴을 줄이고,
아래 같은 것들로 대체하기- 현미·잡곡밥
- 귀리, 보리, 퀴노아 등 통곡물
- 채소와 함께 먹는 식사 구성
② 지방: ‘기름진 부위’와 ‘튀김’ 줄이기
- 삼겹살 대신 → 목살, 안심, 등심의 기름 제거한 부분
- 치킨을 먹어도 → 튀김보단 오븐구이, 에어프라이어 활용
- 라면 + 튀김 + 탄산 조합은
지방간에게 최악의 트리오에 가깝습니다.
③ 단백질: 오히려 충분히 먹기
- 살코기, 생선, 달걀, 두부, 콩류, 저지방 유제품 등은
근육을 지키고 대사율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합니다. - 지방간이 있다고 해서
고기 자체를 죄악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문제는 “기름진 고기 + 술 + 과식”의 조합이에요.
④ 섬유질: 하루 내내 의식적으로 늘리기
- 채소, 버섯, 해조류, 과일(과하지 않게)
→ 포만감↑, 콜레스테롤↓, 혈당 상승 속도↓ - 밥·국·반찬을 구성할 때
“채소가 접시의 절반 이상이 되게”
를 기준으로 잡으면 큰 틀에서 틀리지 않습니다.
⑤ 단 음식·음료수·디저트는 ‘특별한 날 간식’으로
- 하루 한 번씩 디저트 + 카페 음료 + 야식이 습관이 되면
지방간, 고지혈증, 혈당 상승이 세트로 따라옵니다. - 완전 금지보다
→ “주 1~2회, 소량” 정도의 룰을 정해두고 지키는 게 현실적입니다.
10. 운동: 지방간 치료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파트
약은 없지만,
운동은 확실한 약입니다.
1) 유산소 운동
목표:
- 주 5일, 하루 30분 이상
형태:
- 빠르게 걷기
- 가벼운 조깅
- 자전거 타기
- 계단 오르기
- 가볍게 땀이 배어 나올 정도의 활동
효과:
- 내장지방 감소
- 인슐린 저항성 감소
- 혈압·지질·혈당 모두에 좋은 영향
2) 근력운동
지방간이 있으면
근육량이 적을수록 손해입니다.
- 근육은 포도당과 지방을 태우는 공장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적을수록 대사 효율이 떨어집니다.
추천 방식:
- 주 2~3회
- 전신을 고루 쓰는 운동
- 스쿼트(하체)
- 런지
- 팔굽혀펴기(벽 푸시업부터 시작 가능)
- 덤벨·밴드를 이용한 팔·어깨 운동
운동이 낯설다면,
“완벽한 루틴”보다
**“오늘 10분이라도 몸을 움직이는 것”**이 우선입니다.
지방간은
하루 이틀 열심히 해서 낫는 병이 아니라,
일상 패턴이 조금씩 바뀌면서 서서히 좋아지는 병입니다.
11. “술 안 마셔도 간이 나빠질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기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가장 위험한 점은 이겁니다.
“나는 술 안 마시니까, 간은 괜찮겠지.”
그래서 발견이 늦고,
알고 보니 이미 지방간염·섬유화·간경화에 가까워진 상태인 경우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 지방간은
단순히 “간에 기름 낀 것”이 아닙니다. - 이미 고혈압·당뇨·고지혈증·복부비만이
세트로 따라올 가능성이 크다는 대사질환의 경고등입니다. - 약 하나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식단·운동·체중 관리가 치료의 중심입니다. - 빨리, 많이, 무리해서 빼는 다이어트는
간에 독이 될 수 있습니다. - “조금 덜, 조금 더 건강하게, 조금 더 자주 움직이기”를
6개월 이상 이어가는 쪽이 훨씬 강력한 치료입니다.
지방간이라고 들었다면,
그 순간 이미 “종합선물세트”의 첫 상자를 받은 것과 비슷합니다.
지금 멈추면 상자가 하나에서 끝나지만,
그냥 두면 고혈압 상자, 당뇨 상자, 고지혈증 상자가
하나씩 더 쌓일 수 있어요.
오늘부터 밥 한 숟갈,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한 층,
10분 산책, 군것질 한 번 덜 하기 같은 작은 변화를
하나씩 붙여 보세요.
지방간은 ‘특별한 약’이 아니라
매일의 아주 평범한 선택들이 고치는 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