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약 부작용, 혹시 나도? 증상별 대처법과 현명한 복용 전략

우리나라 성인 30세 이상 국민 중 약 30% 가까이가 앓고 있으며, 60세 이상에서는 그 비율이 절반에 육박하는 만성 질환, 바로 고혈압입니다. 혈압이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인 고혈압은 그 자체로는 무증상일지라도, 장기적으로 방치할 경우 뇌졸중(뇌경색), 심근경색 등 치명적인 심뇌혈관 합병증을 유발하는 **'침묵의 살인자'**로 불립니다.
이러한 고혈압을 관리하는 가장 확실하고 기본적인 방법은 고혈압 약물 복용입니다. 수많은 임상 연구를 통해 안정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고혈압약은 장기 복용에도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안전한 약이라도, 혈압을 낮추는 특정 기전을 가지고 있기에 약물 고유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혈압약 먹고 어지러워요", "자꾸 마른 기침이 나와요", "다리가 부어요"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인해 복용을 중단할까 고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임의로 약을 중단하는 것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절대 금물입니다.
이 글에서는 현재 고혈압 치료에 사용되는 주요 5가지 약물 계열이 우리 몸에서 어떻게 작용하며, 각각 어떤 특이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고, 부작용 발생 시 약을 끊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 공통 부작용: 모든 고혈압약 복용자가 주의해야 할 점
고혈압약은 종류와 기전이 다양하지만, 혈압을 낮춘다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기에 모든 계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바로 저혈압 증상과 관련된 부작용입니다.
🚨 기립성 저혈압 (Orthostatic Hypotension)과 어지러움
혈압약은 혈관의 저항을 낮추거나 심장의 부담을 줄여 혈압을 떨어뜨립니다. 이 과정에서 혈압이 너무 낮아지거나, 자세 변화에 따른 혈압 조절 기능이 일시적으로 둔화될 수 있습니다.
- 증상: 앉았다가 일어설 때, 또는 누웠다가 앉을 때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끼거나 눈앞이 캄캄해지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심한 경우 잠시 정신을 잃고 넘어질 위험도 있습니다.
- 대처법: 약물 복용 초기에는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누웠다가 일어설 때, 앉았다가 일어설 때 항상 몸을 천천히 움직여 혈압이 스스로 조절될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심하면 반드시 주치의와 상담하여 약물 용량을 조절해야 합니다.
💧 이뇨제 (Diuretics): 수분 배출 능력의 양날의 검
이뇨제는 신장에서 수분과 나트륨 배출을 촉진하여 혈액량을 줄임으로써 혈압을 낮추는 약물입니다. 혈액량이 줄면 심장의 부담이 감소하여 혈압이 조절됩니다.
- 주요 부작용: 이뇨제는 신진대사 과정에 영향을 미쳐 다음과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통풍 유발: 요산 배출을 방해하여 혈중 요산 수치를 높여 통풍 발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대사 이상: 혈당을 약간 올리거나(고혈당), 혈중 지질 수치를 올리는(고지혈증) 등의 대사 이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대처법: 이뇨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주기적인 혈액 검사를 통해 요산 수치,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하며 관리해야 합니다.
🏃♀️ 베타 차단제 (Beta-Blockers): 심장을 쉬게 하는 약
베타 차단제는 교감신경의 말단에서 분비되는 호르몬(노르에피네프린, 에피네프린)이 작용하는 베타 수용체를 차단하는 약물입니다. 이를 통해 심장의 수축력과 박동수(맥박수)를 감소시켜 심장의 부담을 덜고 혈압을 낮춥니다. 주로 맥박이 빠른 젊은 고혈압 환자, 만성 심부전, 부정맥 환자에게 필수적으로 사용됩니다.
❄️ 맥박 저하 및 사지 냉감
- 서맥 (徐脈): 맥박을 낮추는 작용 때문에, 심장이 너무 천천히 뛰는 서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맥박이 지나치게 느려지면 피로감이나 무기력이 심해집니다.
- 사지 냉감: 심장 박동과 혈액 순환이 느려지면서 손발이 차가워지거나 저릿한 사지 냉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 발기부전: 오해와 진실
- 과거의 부작용: 과거에 사용되던 일부 베타 차단제 계열 약물이 발기부전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고혈압약 전반에 걸쳐 '발기부전 유발'이라는 오해가 퍼지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 현재: 현재 주로 사용되는 최신 베타 차단제는 이러한 부작용 발생률이 현저히 낮아졌거나 거의 없는 약물이 많으므로, 이 부작용을 이유로 필요한 약을 피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심장 질환 등으로 인해 반드시 베타 차단제를 복용해야 하는 환자라면 주치의와 상담하여 부작용이 적은 약물로 교체할 수 있습니다.
☀️ 칼슘 채널 차단제 (CCB, Calcium Channel Blockers): 가장 흔하고 안전한 약물
칼슘 채널 차단제는 혈관 벽의 평활근 세포에 있는 칼슘 채널을 막아 칼슘이 세포 내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합니다. 칼슘 유입이 줄어들면 평활근이 이완되고, 그 결과 혈관이 넓어져 혈압이 내려갑니다. 노바스크(암로디핀) 계열로 대표되며,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1차 선택 약물 중 하나입니다.
🔴 안면 홍조 및 부종 (발목/다리 부기)
- 말초 혈관 확장: 혈관을 이완시키는 작용이 강하기 때문에, 얼굴에 피가 몰려 **안면 홍조(얼굴 빨개짐)**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 부종: 혈관이 이완되면서 혈액이 말초 부위에 정체되어 발목이나 다리가 붓는 부종이 흔히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종은 휴식을 취하거나 다리를 올리고 있으면 호전되기도 합니다.
⚠️ 주의! 자몽 주스 섭취 금지
- 약물 상호작용: 칼슘 채널 차단제 계열의 약물(특히 노바스크, 암로디핀 등 DHP 계열)은 자몽 주스와 함께 복용하면 안 됩니다. 자몽 속의 특정 성분이 약물의 효과를 과도하게 증가시켜 저혈압이나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복용 원칙: 약을 복용하는 시간 전후 최소 1시간 동안은 자몽 또는 자몽 주스를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심장 선택적 CCB (Non-DHP)의 역할
칼슘 채널 차단제는 혈관에 주로 작용하는 DHP 계열 외에, 심장에 주로 작용하여 심장 박동수를 조절하는 Non-DHP 계열(베라파밀, 딜티아젬 등)도 있습니다. 이 약물들은 주로 고혈압보다는 부정맥이나 심장 질환 치료에 활용되며, 부작용으로 변비나 두통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RAAS 억제제: 기침 유발과 콩팥 보호의 명암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RAAS)을 조절하여 혈압을 낮추는 약물은 **ACE 억제제 (ACE Inhibitors)**와 이의 개선형 약물인 ARB (Angiotensin Receptor Blockers) 두 가지 계열이 있습니다. 이들은 신장의 수분 및 나트륨 축적 시스템에 작용하여 혈압을 조절하며, 특히 **콩팥(신장)**과 심장을 보호하는 순기능이 있어 젊은 환자들에게 1차 선택제로 많이 쓰입니다.
🗣️ ACE 억제제의 만성 마른 기침
- 특이 부작용: ACE 억제제(라미프릴 등)의 가장 큰 단점은 전체 복용 환자 중 **약 20%**에게서 기관지에 작용하여 마른 기침을 유발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흔하며, 이 기침은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곧 사라집니다.
- 대처법: 마른 기침이 지속된다면 부작용이 훨씬 덜한 ARB 계열로 약물을 교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 임산부 및 임신 준비 여성 금기
- 치명적 위험: ACE 억제제와 ARB 계열 모두 임산부나 임신을 준비 중인 여성에게는 절대 금기입니다. 이 약물들은 태아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임신 계획이 있다면 반드시 사전에 주치의와 상의하여 안전한 다른 약물로 교체해야 합니다.
ARB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의 등장
ARB(발사르탄, 로살탄, 텔미사르탄 등)는 ACE 억제제의 부작용, 특히 만성 기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 장점: ACE 억제제와 유사한 효과를 보이면서도 만성 기침 부작용이 훨씬 적어 현재는 ARB 계열이 RAAS 억제제 중 가장 폭넓게 사용됩니다.
- 기타 부작용: 드물지만 발목 부종이나 잇몸 부종, 고칼륨혈증 등이 나타날 수 있으나, 그 빈도는 ACE 억제제보다 낮습니다.
📢 가장 중요한 조언: 임의 중단은 절대 금물
다양한 고혈압약의 부작용을 살펴보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작용이 생겼다고 해서 처방받은 약을 임의로 중단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입니다.
고혈압은 반드시 조절되어야 하는 질병이며, 약을 갑자기 끊으면 혈압이 급상승하여 뇌경색이나 심근경색 같은 심각한 장기 합병증 위험이 높아집니다.
🤝 부작용 발생 시 대처 전략
- 즉시 주치의와 상담: 부작용이 발생하면 약을 끊기 전에 반드시 처방받은 의사 선생님과 상의해야 합니다.
- 용량 조절 또는 약물 교체: 대부분의 부작용은 약물의 용량을 조절하거나, 부작용이 적은 다른 계열의 약물로 교체하거나, 복합제를 사용하는 방법 등으로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 꾸준한 복용의 중요성: 혈압 조절을 위한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일 같은 시간에 한 알씩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고혈압약 복용을 시작한 후 최초 3~4개월 동안은 부작용이나 신체 변화가 없는지 스스로 꾸준히 체크하고 주치의에게 알려 지속적으로 약물 치료를 최적화해야 합니다. 고혈압약은 우리의 건강한 노후와 수명을 지켜주는 중요한 방패입니다. 두려움 없이 올바른 지식과 함께 약물 치료를 이어가시길 응원합니다.